‘마더 (2009)’ – 엄마는 어디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
어릴 적, 나는 엄마에게 참 자주 화를 냈습니다.
“왜 자꾸 간섭해?”
“엄마는 왜 내 마음을 몰라줘?”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알게 됐어요.
그 모든 것의 시작과 끝은 사랑이었다는 걸요.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는 그런 감정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다 보고 나면, 말없이 자신을 희생했던 엄마의 눈빛이 잊히지 않습니다.
줄거리 요약 – 죄를 지은 건 누구였을까?
지적장애가 있는 청년 도준(원빈).
어느 날, 한 소녀의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도준은 아무런 증거도 없이 범인으로 몰리게 됩니다.
아들밖에 모르는 엄마(김혜자)는 그를 위해 경찰, 동네 사람들, 심지어 진실까지도 거부합니다.
“우리 아들은 그런 애가 아니에요.”
하지만 엄마가 쫓는 진실의 끝엔,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감정의 낭떠러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모성은 언제부터 광기가 되었을까?
처음엔 엄마의 분투가 눈물겹고 처절한 모성의 상징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모성은 점점 경계를 넘는 폭력성과 현실 왜곡을 드러냅니다.
- 증거를 조작하고,
- 누군가의 입을 막고,
- 심지어 진실을 외면합니다.
“아들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것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은
결국 도덕과 인간성을 무너뜨리는 힘이 되어버리죠.
김혜자의 눈빛, 그리고 무표정의 연기
이 영화에서 가장 무서운 건 칼이나 총이 아니라, 엄마의 눈빛입니다.
말없이, 웃지도 않고, 그저 바라보는 얼굴.
그 얼굴에서 우리는 세상의 모든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자식을 향한 절박한 사랑을 동시에 읽게 됩니다.
춤을 추는 엄마 – 해방인가, 망각인가?
영화의 마지막 장면. 버스 안, 다른 이들과 함께 춤을 추는 엄마.
그 장면은 마치 자신의 모든 죄와 고통을 잊으려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정말 잊었을까요?
아니면, 잊지 않기 위해 잊은 척 하는 걸까요?
이 모호한 결말은 관객 각자에게 다른 질문을 남깁니다.
“나였다면… 어디까지 할 수 있었을까?”
리뷰를 마치며 – 나도, 그땐 몰랐다
마더를 보고 나면, 문득 아주 오래전, 엄마에게 차갑게 내뱉었던 말들이 떠오릅니다.
그때 나는 몰랐어요.
엄마가 나를 위해 얼마나 애쓰고 있었는지.
엄마가 어떤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는지.
영화 속 김혜자처럼, 말없이 모든 걸 감내하던 엄마의 모습이
이제는 뼈아프게 다가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어요.”
하지만 엄마도 한 사람의 인간이었고,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했던 존재였다는 걸…
이제는 알 것 같아요.
마더는 모성이라는 이름 아래 감춰진 외로움과 무게를
우리가 비로소 들여다보게 만드는 작품입니다.